[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日暮途遠(일모도원)

입력 2021-03-22 09:00  


▶ 한자풀이
日 : 날 일
暮 : 저물 모
途 : 길 도
遠 : 멀 원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사기(史記)>



오자서(伍子胥)는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이다. 그의 아버지 오사와 형 오상은 소부 비무기의 참언(讒言: 거짓으로 남을 헐뜯어 윗사람에게 고해바침)으로 평왕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에 오자서는 오(吳)나라로 도망가 후일 복수를 기약했다.

마침내 오나라의 행인(行人: 외교장관에 해당하는 관직)이 된 오자서는 오왕 합려를 설득해 초나라를 공격했다. 오자서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를 공격해 수도를 함락시켰지만, 원수인 평왕은 이미 죽고 없었다. 그 후계자 소왕(昭王)의 행방 또한 묘연해 잡을 수가 없었다. 분노를 삭일 수 없었던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파헤치고 그 시신을 꺼내 300번이나 채찍질을 가한 후에야 그만두었다.

산중으로 피한 친구 신포서가 “일찍이 평왕의 신하로서 왕을 섬겼던 그대가 지금 그 시신을 욕되게 하였으니, 이보다 더 천리(天理)에 어긋난 일이 또 있겠는가”하며 오자서를 꾸짖었다. 이 말을 들은 오자서는 다음과 같이 대꾸했다.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吾日暮途遠 故倒行而逆施之).” <사기> 오자서열전에 나오는 얘기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은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은데 날이 저물어(늙고 쇠락해) 목적을 이루지 못함을 비유한다. 시신을 꺼내 목을 베거나 채찍질을 가하는 일을 부관참시(剖棺斬屍)라고 한다. 흔히 죽은 뒤 죄가 드러난 사람의 시신을 꺼내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자르는 행위를 말한다.

“오늘 배우지 않으면서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며, 올해 배우지 않으면서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마라. 해와 달은 가고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 늙었구나. 이 누구의 허물인가?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잠시의 시간도 가볍게 여기지 마라.” 주자의 권학문에 나오는 글귀다. 맞는 말이다.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歲不我延).’ 누군가 말하지 않았나. 오늘이 길일(吉日)인 까닭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어진 오늘에 충실하자. 그러면 훗날 ‘일모도원’의 탄식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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